“윤혜인. 너를 팔겠다면 내가 사 줄게.”
왜 하필 당신이었을까? 혜인은 두 번 다시 만나서는 안 되는 남자를 벼랑 끝에서 만났다.
파산 위기에 있는 기획사를 어떻게든 살리려면 정태건에게 구걸해야만 했다.
“같은 조건이라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는 쪽을 택하기 마련이지.”
“여자가 필요하다면…… 다른 곳을 알아보세요.”
해묵은 감정은 오래전에 사그라들고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하는 무심한 눈동자에 상처 입고 흔들렸다.
그 오래전 내가 어떻게 당신을 지독하게 버리고 도망쳤는데…….
“내가 여자가 필요해서 너랑 자고 싶어 하는 거 같아?”
“그럼……. 미련이라도 남았다는 건가요?”
“미련은 없지만, 욕정은 남아 있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태건의 제안을 거절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쳤다.
혜인이 발버둥 칠수록 모든 해결책은 운명의 장난처럼 태건에게 귀결되어 갔다.
“거래해요. 선배가 원하는 대로…… 나를 팔게요.”
혜인은 기꺼이 자신을 내놓아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을 선택했다.
“혜인아.”
젖어 든 목소리가 피부에 스며든다.
“이걸로 넌 두 번 다시 내게서 도망칠 수 없어.”
태건이 바스락거리는 혜인의 몸을 자신의 품에 가두며 속삭였다.
“네가 내 밑에 깔려 다른 새끼를 부른다고 해도.”
태건은 혜인과 재회한 순간 확신했다.
혜인이 거부한다고 해도 두 번 다시 놓아줄 일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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