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머 어게인 [독점]

써머 어게인

“마스터키 들고 내 방으로 올라와.”
남자의 증명이 끝난 밤, 도희는 그의 방으로 향했다.
불행에 짓밟힐 뻔한 여름을 새빨간 자두 빛으로 물들였던 오빠 친구 차문호가 있는 방. 
“투자금, 네 약혼자 대신 내가 다 지불했고 약속대로 넌 이제 자유야.”
단호한 눈매 사이로 드러난 남자의 눈동자는 무더운 여름 볕을 닮아 있었다. 
“백도희 너, 오늘부로 파혼이라고.”
현실감 없는 사실에 선뜻 아무런 말도 못 하는 도희에게 남자는 두 눈을 맞춘 채로 나직이 속삭였다.
“좋아요. 해요, 오빠랑 내가 10년 전에 못한 거.”
“겁 없네, 백도희. 너 좋아죽겠다는 놈이, 그런 널 상대로 뭘 하고 싶을 줄 알고.”
“오빠도 모르잖아요. 내가 어디까지 각오하고 수락하는 건지.”
흔들림 없이 단단한 도희의 목소리에 문호는 난감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순진하던 게, 어쩌다 이렇게 까졌을까.”
그리고 도희는 다시 돌아온 뜨거운 여름, 꼭 그와 같은 생각을 한다.
그러는 오빤, 어쩌다 이렇게 야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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