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짐승을 거뒀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달리아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위험하다. 저 남자와 함께 있는 것도, 저 남자의 존재 자체도.
“이백.”
“네?”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 수가 대략 그 정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내가 하루에 약 일곱 명씩만 죽여도 한 달도 안 걸려. 당신이 나를 돕지 않는다면, 도와줄 때까지 마을 사람들을 죽이겠단 소리야.”
…미친 사람인 걸까?
달리아는 저 남자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었다.
“그쪽도 잘 알겠지만 저는 전직 성녀예요. 신전에서 퇴직 연금도 받고 있고요.”
“그래서?”
“그래서… 품위 유지가 무척이나 중요한 항목이거든요. 연금 수령을 계속하려면.”
“그런데?”
“그러니까 그… 그쪽은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저와… 어떤 이성적 관계가 되어서는 안 돼요.”
“참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는군.”
가장 중요한 일이긴 했지만 어째선지 이 말을 내뱉고 나니 민망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마치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상대방에게 ‘저 좋아하지 마세요.’ 하고 선전 포고하는 것 같아 창피함이 온몸을 휘감는 느낌이었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그쪽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 건지 모르겠지만…….”
남자의 눈이 달리아를 위아래로 훑었다. 순간 기분이 나빠진 달리아가 얼굴을 찌푸렸다.
사람을 왜 그런 눈으로 훑어?
“그쪽 내 취향 아니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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