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님, 이런 새끼한테 시집이 오고 싶어?”
“……상관없어요. 저랑 결혼해 주세요.”
피도 눈물도 없는 무뢰배.
국내 최대 폭력 조직 후계자와의 맞선에 나온 이유는 하나였다.
첫사랑이었으니까.
“나 같은 놈한테서 도망칠 기회를 준 건데. 그걸 왜 못 받아먹어.”
범도건은 어린 시절 외롭고 궁핍했던 서이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준 유일한 어른이었다.
“내가 아무리 깡패 새끼라고 해도, 솜털 있는 스무 살 애기는 안 건드려.”
“저 솜털 있어도…… 몸이 마냥 어리지만은 않거든요.”
까분다. 남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픽 웃었다.
다시 만난 서이재는 완연한 여자로 자라 있었다.
그 청순한 얼굴을 이용해 부부 관계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게 상당히 거슬렸다.
“……왜 저한테 잘해 주세요? 우린 가짜 부부일 뿐인데.”
3년짜리 계약 결혼.
절름발이 천애 고아 서이재.
이 완벽한 남자에게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아내였다.
“내가 너를 너무 귀여워해 줬지.”
그런데 이재야.
도건이 집착으로 돌아 버린 목소리로 지껄였다.
감히 저를 함락시키고 떠나려는 아내를 향해.
“도망치고 싶으면 해 봐. 내가 어디까지 네 목줄을 풀어 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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