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 개처럼.”
풋풋한 첫사랑은 돈 앞에 흔적도 없이 사그라졌고,
지독한 모욕 속에 몸만 탐하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너희 자매가 날 종마 취급하는데, 나라고 점잖게 굴어 줄 필요 없지.”
온갖 끔찍한 말들로 그의 마음을 먼저 난도질했었으니,
이런 비아냥은 얼마든지 참아야 했다. 참을 수 있었다.
"혜서가 우리 아이 낳아 줄 거예요."
혜서는 목적을 이루면 떠날 남자에게 더는 마음을 주지 않으려 했다.
제가 모질게 밀어내면 그도 마음을 접을 줄 알았다.
고이헌을 얕보고.
***
“난 너랑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심장이 뛰는데.”
이헌은 혜서의 손을 당겨 제 가슴에 가져다 댔다.
“…정혜서. 넌 뭐가 그렇게 쉬워?”
…어려워요, 나도.
혀끝까지 올라온 말을 삼킨 혜서는 습관처럼 아랫입술을 꾹 눌러 물었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말조차 삼켜야 하는 끔찍한 현실앞에,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한정적이었다.
“…씻고 올게요.”
“그런 의도로 너 부른 거 아니야.”
“그럼 그런 의도 있을 때 불러 주세요.”
“왜, 넌 나랑 자고 싶어?”
“우리가 만나야 할 일이 그거 말곤 없잖아요.”
아이 갖는 거요.
혜서는 번번이 이헌을 낭떠러지로 떠밀었다.
그래도 그는 상관없었다, 혜서를 제 곁에 둘 수만 있다면.
설령 그게 아이 때문이라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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