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를 잃었을 때, 그는 기억을 잃었다.
“이 순간부터 너는 도하를 지키는 개가 되어야 해.”
한순간의 사고로 지난 2년간의 모든 기억을 잃은 류도하.
그림은 그와 숱한 밤을 보낸 파트너가 아닌 수행 비서로서
도하가 무사히 단성그룹의 후계자로 자리를 보존할 수 있도록 보필해야 한다.
긴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가 있었다.
“나와 미친 듯 붙어먹은 게 너였어, 정그림.”
2년간의 공백,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과 불안.
그림과 닿을 때면 도하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
정그림에 대한 도하의 집착과 욕망은 커져만 가고.
“약혼 깨고 오라고 해 봐.”
“……네?”
“원하는 걸 말하라고, 정그림. 다 해 줄 테니까.”
기억을 잃은 당신이 약혼을 깨고 오겠다고?
그러다 기억이 돌아와,
없던 일로 하자고 하면 그땐 그만이고?
“전무님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애석하게도 그건 못 들어주겠는데.”
그림은 쇄도해 오는 그를 받아들이며 생각했다.
그는 어디까지 나빠질 작정일까.
아니, 나는 어디까지 비참해질 작정일까.
그림은 차마 도하를 밀어낼 수 없었다.
점령해 오는 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파지직-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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