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가의 집 앞에 버려져 업둥이로 키워진 주제에 감히 도련님을 탐했다.
마음을 꼭꼭 숨기느라 애를 먹었는데 나봄은 딱 한 번만 그를 욕심내기로 결심한다.
“술이요. 술 가르쳐 주세요. 입학하면 마시게 될 텐데 한 번도 마셔 본 적이 없어서요.”
무혁의 다정함에 속절없이 빠져들기도 잠시, 죄책감에 시달리던 나봄은 무혁에게 관계의 끝을 알린다.
그리고 무혁을 피해 다니면 될 줄만 알았다. 4년 뒤 사모님의 제사에서 무혁을 재회하기 전까지는.
“회사 일에 적응할 때까지 도와줄 사람, 서나봄 씨가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말은 그렇게 해 놓고 무혁은 나봄을 비서처럼 대하지 않는다.
목적을 이루기 전까지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는데, 아무리 선을 그어도 그 선을 넘어오는 무혁 때문에 나봄의 혼란은 커져만 간다.
“내 결혼을 돕겠다고.”
식사를 마친 후 주차장에 다다르자 무혁은 뒷좌석 문을 열어 주려는 나봄을 막아섰다.
낮게 잠긴 목소리가 화가 난 것 같았다. 재회 직후 보았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무척이나.
나봄은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한들 무혁이 제게 물리적인 해를 가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도 손가락을 말아 쥐게 되었다. 서늘하게 식은 무혁의 눈동자는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선보는 거 코칭도 하고, 식장 예약도 대신 잡아 주고, 그렇게 해 주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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