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나타난 남편, 서강모의 용건은 희원에게 이혼을 고하기 위해서였다.
“꼬맹아, 멍청한 얼굴 그만하고 웃어야지. 남편이 왔잖아.”
"오빠?"
“이희원, 네 할 일 제대로 해야지. 보는 눈이 많다.”
이희원이 할 일.
‘공식 석상에서 서강모의 아내 역할을 잘 수행할 것.’
“우리 희원이 여전히 응석이 심하네. 한 마디를 안 져.”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얼른 타.”
이런 저런 고압적인 명령은 급기야 어금니를 꽉 물며 으르렁대는 목소리가 되어 낮게 깔렸다.
희원은 제 안에서 눌러왔던 것들이 툭 터졌다.
무관심에 대한 서러움, 미처 드러내놓지 못한 그리움, 오랜만에 만난 아내를 여전히 어린 애 취급하는 남편에 대한 반항심 등등.
그런데도 서강모를 보자마자 불규칙하고 빠르게 뛰는 심장.
엉켜버리긴 했어도 모를 수 없었다.
서강모가 아무리 개 같이 굴어도 그를 좋아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만 뼈저리게 깨달은 희원은 고분고분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서강모 씨.”
그의 찌푸린 눈썹이 꿈틀거렸다.
“우리도 제대로 인사해야죠. 무려 삼 년 만에 만난 부부인데.”
그제야 서강모도 다시 생각났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 이희원은 직진밖에 모르는 겁 없는 꼬맹이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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