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무령(巫鈴)이 울리면, 희령은 무녀가 된다.
결코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그것도 절대 모르게 하고 싶은 남자에게 들켜 버렸다.
자괴감에 휩싸인 그녀는 결국 그를 밀어낸다.
“그동안 잘해 줘서 감사했어요.”
“그동안 내가 뭘 잘해 줬는지 얘기해 봐요.”
“……”
“말 못 하는 거 보니, 잘해 준 게 없는 거잖아.”
더는 무녀의 삶에 휘둘리지 않게 끈을 잘라주겠다는 남자.
부모 세대부터 얽힌 질긴 악연을 단숨에 끊어내겠다는 남자.
딸랑, 딸랑, 딸랑—
단단한 열매처럼 엉켜있던 놋쇠가 강렬하게 부딪치며
하나씩 부서져 내린다.
마치 그녀의 거짓된 삶을 부숴버리듯.
물이 끊이지 않는 임신일주의 김희령
불이 꺼지지 않는 정사일주의 정도하
물이 불을 덮은 것인지,
불이 물을 태운 것인지.
물과 불의 만남, 운명의 쳇바퀴가 돌기 시작한다.
“겪어 볼래요? 정사 잘하는 남자, 희령 씨는 임신 잘하면 되겠고. 그게 진짜 잘해 주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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