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
주로 어두운 밤에 활동하고, 위아래 직선으로 움직이며,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다.
나는 예로부터 존재했다. 고대 움집에도 중세 궁정에도 있었지. 모두가 아는 그런 존재.
“거지 같은 모기 새끼!!!!!!”
나는 모기다.
“아니, 뭔데.”
모기였다.
“뭐냐고, 누구세요?”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떨어지는 어느 여름밤.
나 모기, 인간이 되고 말았다.
***
“아무튼 넌 나 좋아하는 거 아니야. 니가 아직은 모르는 게 많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안 만나봐서 그래.”
“아냐. 나 친구 있는데 청도가 더 좋다.”
“다르다니까. 네가 왜 날 좋아하냐?”
자꾸만 부정이 이어지자 바다가 조금씩 불퉁해졌다.
젓가락으로 반찬을 툭툭 건드리는 바다의 입술이 점점 튀어나오고 있었다.
“너도 나중에 새 친구들 생기고 뭐, 가족 같은 그런 사람도 생기고 하면 알겠지. 날 좋아한 게 아니었다는 것쯤…….”
청도가 흠칫 놀라며 하던 말을 멈췄다.
입을 꾹 다문 바다의 두 뺨 위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당황한 청도가 손등을 뻗으려 할 때였다. 바다가 수저를 내팽개치며 벌떡 일어섰다.
“청도 여기에 나 버리려고 왔지?”
“…뭐?”
“피말순 할머니 집에 나 놔두고 갈 거지? 그래서 내 할머니 되는 거라고 했지?”
울지 말라거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렇게 물건을 던지면 안 된다거나. 청도가 뭐라 말을 고를 새도 없었다.
바다는 지붕이 무너져라 큰 소리로 와앙 울더니 펑! 모기로 변해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