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이 있었잖아요! 게다가 내 남편은 당신의 직원이었잖아요!”
“그래서?”
남자는 태연히 물었다. 그 태연한 목소리가 마치 진작부터 진실을 알았으면서도 감춘 것이라는 방증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나, 나한테 왜 그랬어요……?”
남자는 대답 대신 그녀의 양손을 붙잡아 눌렀다. 까만 눈이 은우를 옭아매었다.
“내가 어쨌길래.”
“나를, 속였잖아요!”
“그럼 서지운에게 허락이라도 받고 올까?”
그 눈을 마주한 찰나, 잊고 있던 옛 기억이 노도처럼 그녀를 덮쳐왔다.
돌이켜보면 그는 처음부터 그런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샅샅이 핥아 내리는 눈. 당장이라도 제 아래에 그녀를 깔아뭉개고 싶다는 그런 눈.
그 눈빛이 말하는 바가 무언지를 알면서 기어이 남자와 일을 저질러 버렸다.
그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종래에는 그 눈빛에 홀려 부나방처럼 기업 승계자의 품에 뛰어들었다.
“제발, 흐윽…….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그날 밤 비로소 은우는 자신이 저지른 죄의 실체를 깨달았다.
기억을 잃었다는 핑계로 남편의 상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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