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성의 백합은 달아날 꿈을 꾼다 [독점]

공작성의 백합은 달아날 꿈을 꾼다

“네가 짐승의 태를 벗고 귀족답게 행동하면 나도 그에 걸맞게 대우하마.” 
고아로 자라면서 설움도 많았지만 난 내가 자란 마을 넬하임을 사랑했다. 
어느 날 찾아온 헤이츠 공작이 내 삶을 조각내기 전까지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나를 보며, 그는 잔인한 신처럼 미소 지었다.
“해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라. 난 이 뭣 같은 삶에서 널 구제하러 온 거야.”
그는 내가 반역을 저지른 귀족가의 후손이라며 핏줄에 어울리는 귀족의 삶을 살도록 강요한다. 
게다가 기억에도 없는 내 조부에게 원한이라도 있는지 내게 끝없는 모멸감을 안겨준다.
난 저 남자가 싫어.
거짓된 삶을 강요하는 것도, 저 특유의 오만함도, 벌인지 거래인지 모를 입맞춤도.
섬세하게 세공한 보석 같은 남자는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아픈 말로 나를 찌른다.
“손님이라면 넌 돌아갈 곳이 있어야지. 네게 갈 곳이 있어?”
언젠간 달아날 거야. 당신이 날 가장 필요로 할 때.
***
“네가 내 마음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작의 마음? 내가 그런 것을 알았던가. 
그가 짧게 숨을 들이켜고는 토해내듯 말했다.
“내게 기회를 줘, 릴리아나.”
머릿속이 일순간 공백이 되고 말았다. 
그 고귀하던 헤이츠 공작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내게 이렇게 빌 듯이 말하다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확실히 말해 둘게. 나는 지금 네게 구애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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