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이지만 전무님 고백, 너무 부담스럽고 불쾌합니다.”
“제 퇴사 막을 권리 없으십니다. 사직서 수리해 주십시오.”
문경의 세상을 한순간에 뒤집어 놓은 은호의 한마디.
고등학교 시절 처음 만나 12년이 넘는 시간을 곁을 지켰던 채은호가, 나를 떠나겠다고?
가식 섞인 말을 들을 때면 항상 간지럼증이 생기는 문경에게, 언제나 직설적인 말로 숨통을 틔워 주는 그녀는 평범한 비서가 아니었다.
“급전 필요해? 퇴직금으로 어디 메꿀 데 있어?”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럼 차가 필요한가? 외제로?”
“아니요.”
“돈도 아니고 차도 아니면. 집이네. 네가 사는 그 집, 네 명의로 해 주면 되는 거지.”
“집도 필요 없습니다. 저는 다 필요 없어요.”
차도 돈도, 집도 안 된다면 남은 건 하나뿐이다.
그렇게 문경은 앞뒤 따지지도 못하고 내뱉고 만 것이었다. 그 말을.
“좋아해, 채은호.”
“유감이지만 전무님 고백, 너무 부담스럽고 불쾌합니다.”
“제대로 들은 거 맞아? 다른 남자도 아니고 내가 너 좋아한다고 했어.”
“다른 남자 아니고, 전무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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