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빙의는 망했다 [선공개]

이 빙의는 망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성숙함은 그저 작가가 지어낸 것에 불과하다고들 매도하지만, 록시는 그녀가 진심으로 부러웠다.
그러나 그 주인공이 되어보니 알겠다.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함은 고통을 수반했고 이 삶은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함을 요구했다.
이 삶과 생은 온통 고통과 가시밭길이다.
어떤 방식이든 좋으니 이 빌어먹을 생과 세상을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정도로.
*
“파혼? 아, 그래. 그 같잖은 걸 제시했었지, 당신이. 그때부터였습니까?”
같잖은 약혼자나.
“결국 너는 죽어서도 내 핏줄이다. 보셴의 핏줄이고, 보셴에 묻힐 보셴의 직계다.”
“내 록산느가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제발. 나야, 나. 록산느, 네 오빠. 너를 사랑하는.”
혐오스러운 가족이나.
“당신의 헌팅트로피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함께 의문스럽게 웃어버리는 원작의 남자주인공을 피해서.
록시는 돌아갈 생각이었다.
자신의 세계로.
록산느 보셴이 아닌, 록산느 체스테인으로.
“분명히 말했을텐데. 이 생에 미련이 없어야한다고. 당신에게 주어진 숱한 신의 시험 중에, 당신은 정말로 걸려든 것이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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