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위 피폐물에 빙의했다. 그것도 작가의 정신상태를 검증받아야 한다고 악명을 떨친 미친 소설에.
가늘고 길게, 원작과 최대한 동떨어져 살자고 다짐했건만. 이 몸의 원래 운명대로 여주인공인 세실리아의 전속 하녀로 들어가게 되는데…….
처음 본 여주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전생의 지식을 살려 열심히 여주를 보살폈더니.
“나한테서 떨어질 생각하지 마세요.”
“…….”
“당신이 날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잘난 머릿속에 똑똑히 담으시라고요.”
여주는 황녀를 꼬드겨 반란을 도모해 원작 남주를 무너트렸다. 남주는 그런 여주를 피해 달아나지만, 다시 붙잡혀버리고 여주에 의해 감금당한다. 다 무너진 공작가에서.
‘대체 뭔데.’
무려 집착남주가! 재활용도 불가능하다고 소문난 쓰레기 남주가 도망쳤다고? 아, 아니, 그전에는 착하고 선량했던 우리 여주 언니가 왜 저렇게 변한 거야!
그러니까, 원작의 장르가 바뀐 것 같다.
***
“안나, 나는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여주를 열심히 부둥부둥 해줬더니, 작은 벌레조차 죽이지 못했던 여주가 내게 달려드는 마물을 단칼에 죽이고.
“세실리아가 저렇게 변한 건 다 너 때문이다.”
이 모든 원흉은 나 때문이라고 울며 탓하는 원작의 남주부터.
“네 손이 내 몸에 닿을 때마다 나는 참을 수가 없어. 그러니까 책임져. 계속 날 네 옆에 둬.”
저주를 풀어주었더니 내게 집착하는 폭군이 될 악역까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나는 그냥 모두가 행복하길 바랐을 뿐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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