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고용 거래로서 결혼해주시오. 내 조카가 법적으로 백작이 될 때까지, 7년간 계약 결혼이오.”
사업적 파트너를 대하는 듯한 냉정한 구혼이었다.
애쉬포드 백작의 서늘한 푸른 눈동자를 응시하며,
몰락한 자작 영애, 세린느 미들턴은 분노를 억누르며 여린 입술을 깨물었다.
갑작스런 부모님 사고 이후, 재산을 악독한 숙부에게 빼앗기고
가정교사로 전전하며 살아왔지만, 귀족 영애로서 자긍심과 기품을 지키려 애썼다.
하지만 백작의 계약 제안을 거절하기에는 세린느의 상황은 절박했다. 숙부가 그녀를 귀족의 후처로 팔 것이기에.
“대답을 들려주시오.”
거듭 독촉하는 백작의 냉정한 음성을 들으며,
세린느는 분노를 가라앉혔다.
사업적 계약 결혼일 뿐. 백작 부인으로서 도련님을 키우는 일은 가정 교사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백작님의 계약 결혼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백작의 단단한 손을 잡은 순간,
차가운 줄 알았던 그의 체온이 불처럼 뜨거웠다.
세린느는 응시하는 푸른 눈동자에 검붉은 불꽃이 타올랐다.
그 작열의 불꽃을 보며 생각했다.
이 손이 끔찍한 구원일까 아니면 달콤한 절망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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