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새가 오고 있어.”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셀레나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며 꿈꾸듯 말했다.
까만 날개가 푸른 하늘을 어둡게 가리던 그날,
아델룬 왕국은 화염 속으로 사라졌고
사랑하는 가족은 무참히 살해당했다.
살아남은 이는 아델룬의 가장 어린 막내 공주 셀레나뿐이었다.
‘그래서 이엘리프 너랑 결혼하려고.’
하얗게 웃던 셀레나의 다짐은 짓밟은 건 하바스 제국이었으며,
그 제국을 끌고 온 것은 제국의 2황자 이엘리프였다.
이엘리프, 제발 살아 있어 줘.
내가 널 죽일 수 있게.
그 아래 숨겨진 비참한 진실을 누구도 알지 못한 채
꽃향기 나던 따사로운 유년기가 죽었다.
“내 날개가 수치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 제발 이 날개 좀 잘라 줘.”
이엘리프의 처참한 비명은 그렇게 속으로 곪았다.
사랑하는 친우를, 그들의 가족을, 애정을 짓밟게 된 날.
그는 스스로의 무지를 증오하며 제국을 등지고, 눈처럼 새하얀 날개를 잘랐다.
영원한 속죄를 할 작정이었다.
그녀가 원한다면 제 마음과 목숨까지 바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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