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이 눈코입 다 마음에 안 드는 놈이랑 만날 만큼 비위가 좋았을지 궁금하긴 한데.”
이연은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는 기억들을 가위로 오려내듯 지워 버린 남자.
H그룹 총수의 둘째 아들 강도현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이 목걸이 내가 사도 됩니까?”
남은 미련을 털어 내기 위해 바자회에 내놓은 목걸이를 집어 든 남자는
그 목걸이를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어 프러포즈했던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가려진 시간들에 어떻게 깎이고 다쳤는지 꼭 다른 사람처럼 차갑게 굴다가도,
“굳이 이유가 필요하면, 내가 한이연 대리에게 반한 걸로 하죠.”
여전히 조금도 달라지지 못한 눈빛으로 이연을 본다.
이연은 도현을 마주할 때마다 처참하게 찌그러진 차 안에서
자신을 끌어안고 버티던 절박한 얼굴이 떠올라 괴롭다.
“좋아합니다.”
“…….”
“뭘 어떻게 해 달라는 건 아니고,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고 말하는 겁니다.”
이연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재촉하지 않고
계속해서 넘치도록 커다란 사랑을 주는 남자.
결국 도현 없이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커다란 오만이었음을 깨달은 이연이
모든 비밀을 털어놓으리라 마음먹은 순간.
“……그동안 재미있었어?”
모든 것이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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