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피폐 로맨스 판타지 소설 <새장의 주인>에 빙의했다.
최종 흑막의 백치 아내로. 나중에 흑막을 죽인 남자주인공 손에 죽을 운명이다.
그렇게 죽을 수는 없지. 어떻게든 흑막의 흑화를 막아야 하는데.
“이거 지금 나 먹으라고 주는 거야? 그럼 부인은 뭘 먹을 건데? 대신 초콜렛 사 줄까?”
이 자식. 나를 정말로 다섯 살 취급한다.
잘 됐지, 뭐. 열심히 장단 맞춰가면서 5살 백치인 척하면서 흑막의 가족들을 구했다.
독이 들어 있는 잔을 툭하고 엎어버리고 울어버린다던가.
넘어지는 척하면서 살수들이 숨어 있던 풀숲으로 뛰어든다던가.
폭발물을 숨겨둔 곳에 물을 쏟아버린다던가.
그때마다 사람들은 ‘그래. 백치가 뭘 알겠어. 아무것도 모르고 저러는 거지, 뭐’라고 생각했다.
단 한 명만 빼고.
***
세르덴이 사르르 웃으면서 내 뺨을 그러쥐었다.
입술이 닿을 것처럼 다가온 세르덴이 나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제 그만 정체를 밝히시지.”
“으어어어? 무, 무서워. 오빠 미워!”
비장의 혀짧은 소리를 꺼냈다.
하지만 세르덴은 어림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연기는 그만하고. 정말로 화내기 전에.”
세르덴의 눈동자가 차갑게 번뜩였다.
나는 그냥 살려고 했을 뿐인데.
흑막으로 오해받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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