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설은 의붓언니인 아린 대신에 자신이 박지수와 계약 결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하지만 그 절망 속에서도 물을 건 물어야 했다.“그럼, 6개월 후엔 제가 이혼을 요청할 수 있나요?”은설의 첫마디는 이거였다. 겁먹은 얼굴을 풀지는 못했지만,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지수에게는 이 말랑하고 귀여워 보이는 여자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잘난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왜 관심이 없는 걸까? 왜 관심이 없는 거야?여자라면 응당 나한테 관심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어쨌든 자신에게 관심은 없어 보이는 여자였지만, 멍청하게 이상한 내숭을 떨어서 믿지 못할 사람보다는 나아 보였다.“지금 이 계약이 갑을 관계란 걸 모르는 모양이군요. 계약 해지의 권한은 내게만 있습니다.”지수가 냉랭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은설은 그저 계약할 때 건네는 물품일 뿐이지 ‘을’도 아니었다. ‘을’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병’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은설은 계약 해지 자체를 운운할 처지가 아니었던 것이다.결혼하라고 하면 하고, 이혼하라고 하면 하는 결혼 대상 물품일 뿐이었다.냉랭한 지수가 만든 거짓의 성으로 은설은 어쨌든 들어가야 했다. 이걸 피할 도리는 없었다.이렇게 거짓의 세계에 초대된 은설은 진실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까?<[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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