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하르트 대공은 미쳤다.
‘망나니 대공’이란 별칭이 무색하지 않게 첫날밤에 코르티잔을 옆구리에 끼고 부부의 침실에 들이닥친 새신랑이라니.
게다가 그 뻔뻔스러운 낯은 마치 자랑스러운 개선장군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오, 이런. 침실에 먼저 온 손님이 계셨네?”
흐트러진 금발을 쓸어 올리던 레온하르트 대공에게서는 술 냄새와 함께 샌달우드 향이 뒤섞여 풍겨 왔다.
알리시아는 입술 안쪽을 감쳐물었다. 너무 세게 물었는지 비릿한 쇠 맛이 느껴졌다.
“어떻게? 고귀하신 공주 전하께서도 우리와 함께할 의향이 있으면 남으시든가, 아니면 방해하지 말고 꺼져 주시든가 하나만 선택하시길. 보시다시피 내가 지금 아주 급해서 말이지.”
***
영 좋지 못했던 첫날밤 이후. 각자의 계산법에 따른 동상이몽으로 레온하르트와 알리시아는 서로에게 이혼을 받아내기로 결심한다.
“아무래도 오늘 이 연회의 주인공은 우리 같군요. 썩 내키지 않지만, 대중들이 원하니 어쩔 도리가 없군요. 뭐, 최선을 다해 보는 수밖에?”
“그렇습니까? 내키지 않아도 대공비 업무 중 일부라면 책임을 다해야지요.”
“업무로 주어지면 뭐든지 하겠다는 말을 참 우아하게도 포장하는군요.”
“최선을 다하길 바라신다면서요. 그럼 그 불경한 입 좀 닥쳐 주실래요?”
레온하르트가 내민 손에 살포시 손을 얹은 알리시아는 낮게 읊조렸다. 물론 갓 결혼한 새 신부답게 싱그러운 미소도 잊지 않았다.
이번에는 명백하게 알리시아가 승점을 올렸다.
분명 이혼을 원했던 두 사람이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어느새 서로에게 스며들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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