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옆집 남자다. 유진은 바빠죽겠는데 자신에게 말 거는 옆집 남자를 노려보듯 쳐다봤다.
그의 표정 역시 곱진 못했다.
“이거요. 집배원분이 또 이름이 헷갈리셨나 봐요.”
유진은 옆집 남자가 내미는 몇 가지 편지 봉투들을 받아서 들었다.
이런 경우가 여럿 있었다.
택배 기사님이나 집배원분들이 헷갈릴 법도 한 게, 유진과 옆집 남자 이름이 정말 우연하게도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유진.
이우진.
유진은 최대한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억지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만난 김에 한 소리 좀 해야겠어.
“저기요, 애기 아빠.”
“……?”
“애기 씽씽이가 저희 대문 앞에 자주 세워져 있는데… 주의 좀 부탁해요. 자주 걸려 넘어져서요.”
“아 그래요? 미안합니다. 주의할게요.”
“네. 그래 주시면 감사하-”
“그럼 바빠서.”
창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옆집 남자, 그러니까 이우진 씨의 차가 떠나버렸다. 유진이 대답하고 있는 와중에 말을 다 듣지도 않은 채로.
유진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그의 차가 지나간 자리를 노려보며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긴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아 저 싸가지…!
씽씽이에 걸려 넘어질 뻔한 경우가 손으로 세어봐도 50번이 족히 넘었다. 그마다 참고 참다 드디어 말했던 것인 데다가, 최대한 ‘상냥’하게 말했음에도 돌아온 응답이 대답 도중에 말을 잘라먹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라고?
“아니-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유진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벨트를 매면서도 내내 구시렁거린다. 그리곤 제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그를 언젠가 꼭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앞으로 302호와 어떤 인연으로 엮일지 상상도 못 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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