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결혼해주세요.”
고등학생에서 어엿한 성인이 되어 나타난 여자가 말했다.
터무니없는 부탁임에도 태강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결혼을 통해 네가 얻는 건?”
“법적인 보호자와 방패, 심리적인 안정감, 그리고…… 시간이요.”
너는 보호를 받고, 나는 눈속임용으로 활용하고.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고, 썩 나쁘지 않은 거래라 흔쾌히 승낙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태강은 알지 못했다.
이 형식적인 결혼에 말려드는 사람이 다름 아닌 제가 되리라는 건.
*
“밀어내도 돼. 뿌리쳐도 되고,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돼.”
“할래요.”
“뭐?”
“태강 씨가 지금 하려는 거, 할래요. 뭘 하든 밀어내지도, 뿌리치지도 않을 거예요.”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태강은 애써 붙잡고 있던 양심의 끈을 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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