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그러나 너에 비하면 짧기만 한 생에 끝이 찾아왔다.
“……고마웠어, 이시드.”
허락된 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좋았을 텐데.
“로엘!”
대륙의 명운을 건 흑마법사들과의 전쟁 끝에, 나는 이시드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래. 분명 그랬는데…….
“아유, 우리 딸, 누굴 닮아서 이렇게 예쁠까.”
환생했다.
그것도 함께 싸웠던 전우이자 친구의 아주 먼 후손으로.
***
눈을 뜬 세상은 내 죽음으로부터 500년이 지나 있었다.
내가 알던 세상은 바뀌었고, 친구들은 먼 과거의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단 하나,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 하나만큼은 내 추억이 모두 스러진 이 세상에 여전히 존재했다.
우리가 지켜낸 이 대륙, 이 제국의 수호룡이 되어서.
“로엘.”
이시드가 내 죽음을 크게 슬퍼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네가 떠나고 수없이 후회한 게 있어.”
“……뭔데?”
“차라리 같이 죽을걸.”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흔들리는 내 눈을 바라보며 이시드가 느슨하게 웃었다.
“상실은 한 번으로 충분해. 나는 너를 잃지 않을 거고.”
커다란 손이 뺨을 그러쥐었다.
“너 역시 나를 잃지 않을 거야.”
“이시드…….”
“내 심장을 걸고 약속해.”
쿵─.
맹세 같은 약속에, 심장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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