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 봐요. 오늘은 살려 주지 않아도 되는지.”
당장의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이름도 모르던 남자의 손을 먼저 필요로 한 것은 저였다.
“사례는 얼마나…….”
“내 애인이나 합시다. 어차피 나도 그쪽이랑 뒹구는 놈 된 마당에.”
하지만 또다른 지옥이 저를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다면
그때도 똑같이 남자에게 살려 달라 빌었을까?
“두 번이나 구해 줬으면 결혼 정도는 감사히 받아들여야 맞겠죠.”
“…….”
“적당히 봐서 이혼해 줄 테니 다른 마음은 먹지 말아요.
경고 아니고. 협박.”
셋이서 하는 결혼 생활.
문 하나를 두고 들려오는 여자의 야릇한 목소리.
조건에 의한 부부라지만 지환에게 마음을 준 나정에게는 이전 삶보다 더한 고통의 시작이었다.
“손나정 씨. 내가 침대만 내어 준 것 같습니까.
내 아내면 아내답게 굴어요.”
하지만 그의 아내 역할은 제가 감히 감당해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도망친 제게 돌아온 것은 그의 차가운 집착이었다.
“제발 날. 놔주세요.”
“그럴 수가 없는데. 네 남편은 죽어서도 나니까.”
촘촘히 짜인 그물로 이루어진 그의 영역에선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소용없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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