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지금 결혼할 남자를 찾으려고 맞선 보러 다녀야 하니까 회사는 그만두겠다?”
이게 뭔 개소리야.
물론 이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말도 곱게 안 해, 행동도 거침없어, 거기에 예민하고 까칠해서
우진의 비서들은 하나같이 학을 떼고 도망갔다.
그중에 신입으로 들어와 4년을 버티며 일당백을 하는 하경이었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배짱을 부릴 만도 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더 놔줄 수 없었다.
일 잘하는 제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기각. 퇴사는 안 돼.”
***
“도 비서, 그러게 왜 자꾸 가만히 있는 나를 건드려.”
“그게 무슨…….”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는 하경을 우진이 잡아챘다.
몸이 바짝 붙는 걸 의식한 그녀가 어깨를 옹송그릴 때였다.
“나 요즘 네가 너무 재밌어.”
“네?”
“너한테 끌린다고.”
하경의 손이 아래로 툭 떨어졌을 때, 우진의 입술이 맞붙었다.
하지만 뜨거운 키스 후 처음 들은 말은 로맨틱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직서 다시 올려.”
“……네?”
잠깐 가졌던 희망에 쩍, 금이 갔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퇴사해.”
“그럼 저희는…… 뭔가요?”
그는 아까 자신이 던졌던 하경의 안경을 주웠다.
멀쩡한지 확인하곤 다시 그녀의 앞으로 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준 후 씌워 주었다.
“사귈래?”
“…….”
“난 그래도 상관없어.”
대단한 자비라도 베풀어 준다는 듯한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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