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사이코라는 흑막 공작과 하룻밤을 보냈다.
“어, 어제 일은 사실 기억이 안 나고요. 어차피 하룻밤 유희였으니까…….”
“하룻밤 유희?”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그가 눈썹을 들어 올렸다.
대답 잘 해야 한다.
“그, 그럼 하룻밤 위로……?”
“위로를 XX로 합니까.”
“자, 잘못했어요.”
무서웠다.
나는 그의 표정을 힐끗 살피고는 최대한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하지 않던가.
“그, 그럼 공작님의 바다와 같은 넓은 아량으로, 어제 일은 서로 좋은 추억으로 묻는 건…….”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딱 하나.
무서운 예비 남편에게 먼저 파혼당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나는 카엘이 싫어할 짓만 골라서 했다.
그런데.
“나, 나는 창문 앞에서 하려는 줄 알고…….”
“진짜 난잡한 취향인가 봐. 원하면 해주고.”
“시, 싫어!”
……그의 집착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
평균 4.0 (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