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얼굴을 절대 보이지 말 것.」
「둘째, 마계에 도착할 때까지는 목소리도 내지 말 것.」
마왕이 제국에 당도하는 날 황제와 황후는 자신들의 아들 대신 딸을 넘기기로 한다.
마왕이 인간을 싫어하는 잔혹한 폭군이라는 소문을 듣고 잔뜩 겁을 먹은 리엘라는 밤새 베개에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
“……너무 말랐군.”
그러나 깜깜한 시야 속에서 느낀 것은 자신을 안아 드는 마왕의 손길이 이상할 정도로 조심스럽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인질로 끌려가 잔혹하게 죽은 황녀가 되어 잊혔다면 행복할 수 있었을까?
가족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은 끝이 아니었고, 리엘라의 결말은 비참한 죽음이었다.
“엘. 가장 끔찍한 건 인간이야.”
죽기 전 떠오른 그의 말은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기억한 채 리엘라가 다시 그날 밤에 눈을 뜬 이유는 ‘순종적인 황녀’를 버리고 복수하라는 뜻과 다름없을 것이다.
“당신에게 제안을 하려고 이 자리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어요.”
“지금 제안이라고 했나?”
루시엔이 비웃듯 웃음을 터트렸다.
“저와 결혼해 주세요.”
그녀의 말에 그가 웃음기를 거두고 삐딱한 눈빛으로 리엘라를 바라보았다.
“저는 당신과 결혼해 마계의 왕비가 될 겁니다. 아무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 다시는 그들이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그녀는 알고 있다. 저 냉정한 모습 속에, 분명 자신을 향한 다정함이 숨어있다는걸.
물론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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