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도서는 <NPC 생활 백서>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연작이며, 해당 도서를 읽지 않으셔도 감상에 무리가 없음을 안내드립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숫기없는 범생이 형님인 줄 알고 훈수두며 쫓아다녔는데, 게임 밖 세상에서 만난 ‘주인’은 홍대 앞 밤 골목에나 어울리는 예민한 락스타였다.
그를 다시 마주한 두 번째 정모에서 인생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릴만한 큰 사고를 저질러버린 현우. 그 날 이후 현우는 매 순간 피가 마르는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둘 중 하나가 게임을 접지 않는 이상, 이 고통은 끝나지 않으리라.
그런데.
“걱정 마.”
“네?”
“많이 불편하면 내가 나가든가 할테니까.”
제가 친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가 순순히 눈앞에서 사라져주겠다는 이 상황이 나는 왜 불쾌한 걸까.
***
‘전현우 넌 진짜 개새끼다.’
푹 한숨을 내쉰 현우가 힘겹게 사과 한마디를 뱉었다.
“죄송해요.”
“응?”
“그, 그날 일은 실수였어요. 처음에 왜 그랬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무리 그랬어도 형한테 그러면 안 됐어요…….”
한 번 물꼬가 터지고 나니 그다음은 수월했다.
“어제도 모르는 척하려던 게 아니라, 너무 놀라서 그랬는데. 더 놀란 건 형이었을 텐데.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고, 진짜. 진짜 모르겠어요. 지금도 사실 다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저는 형만 괜찮으시면 제가, 제가 다…….”
이 말을 해도 될까. 고민하던 현우가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니까, 제, 제가 다 책…….”
결심한 현우가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과를 꺼내려던 때였다.
“아니, 난 괜찮은데.”
주인의 말이 조금 더 빨리 완성된 탓에 순서를 빼앗긴 현우는 황망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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