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로언. 오늘부터 네게 상속된 토끼, 리리야.”
귀족들에게 소유된 토끼 수인의 역할은 그들의 말벗이자 놀이 상대, 절친한 친구, 혹은 사랑스러운 애인이다.
카발리 소유의 토끼 수인인 리리는 방금 막 로언 카발리에게 상속되었다.
젊은 나이에 전공을 가득 올린 유망한 장군이자 카발리 후작가의 하나뿐인 후계자. 무뚝뚝하며 냉랭하기로 이름난 미형의 청년. 그리고 소설 <카르네 전기>의 라이벌 캐릭터에게.
즐겨 읽던 소설에서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 10년.
리리에게는 로언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었고, 그와 제 고향에 닥칠 비참한 미래를 막아야 할 사명도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전장을 뛰어다니는 젊은 장군.
가녀린 리리가 로언의 곁으로 갈 방법은 그에게 상속되는 것뿐이었다.
“마음대로 해. 환대는 기대하지 마.”
그렇게 도착한 전장에서, 자신을 성가시게 여기는 로언과 불편한 동거 생활을 이어 가게 되는데…….
* * *
“또 하고 싶은 거야?”
“쓸데없는 것을 묻는군.”
“기분 좋았어? 앞으로도 가끔 했으면 좋겠어?”
로언은 방싯방싯 웃으며 도발하는 리리 앞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편이 서로에게 유용하니까.”
“하지만 로언, 나를 좋아하지는 않지? 예전에 심심풀이로 여자를 안는 시시껄렁한 짓은 싫다고 했잖아.”
“그건 여자를 안아 본 적이 없을 때 한 말이야. 반쪽짜리 인간의 어리석은 결심이지.”
그는 무덤덤한 얼굴로 예전에 했던 말을 손바닥처럼 뒤집었다. 살갑게 유혹하던 리리에게 따가운 말을 해 댄 적이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손가락 하나로 리리의 턱을 들어 올렸다.
“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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