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작은 보물을 깨트린 대가로 남자에게 딸을 시집보내기로 약속했다.
제국의 아름다운 보석, 그러나 화재 사고로 영영 반절의 빛을 잃어버린 여인.
혼기를 놓쳐 가문의 짐이 되어버린 첫째 딸, 디아나 윈터스.
“제물로 불량품을 바치다니 수지타산에 안 맞아도 정도가 있지. 백작은 사죄의 뜻을 모르나?”
지나간 자리에 풀 한 포기조차 남기지 않고 불태워버린다는 전쟁 영웅.
야만으로 빚어진 황제의 번견(番犬), 또는 모멸과 오욕을 반복하는 괴물.
목표라곤 허울뿐인 작위를 지켜내는 일이 전부였던 공작, 칼리안 폰 녹턴.
“무례하시군요.”
“뭐?”
“아무리 한미한 귀족일지라도 반드시 지녀야 하는 게 있고, 그게 바로 예의 바른 태도입니다. 부부끼리도 마찬가지라고 배웠습니다.”
처음 마주한 남편의 은빛 가면 너머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나중에 비명 지르며 도망치지나 말라고.”
“네, 그럴 리 없으니 안심하세요.”
절대 한 마디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태도가 대쪽 같았다.
칼리안은 문득, 자신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부인을 만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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