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야, 오빠랑 계약 하나 할까?”
다정한 목소리와 다르게 눈동자는 날카로웠다.
남자가 등장한 뒤로, 소혜의 일상은 모든 게 뒤바뀌었다.
가족이 남긴 까마득한 빚 때문에 암담한 상황에서,
소혜가 믿고 의지할 상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채권자인 이 남자뿐이었다.
“계약서에 사인할 땐 한참을 망설이더니. 몸을 파는 건 고민도 안 해. 내가 어떤 놈인지도 모르면서.”
그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불그스름한 입술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오빠는, 나쁜 사람이 아니잖아요.”
“누가 그래?”
“……네?”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며. 어떤 멍청이가 그런 소리를 했냐고.”
졸지에 멍청이가 된 소혜는 혼란과 두려움에 심장이 아프게 요동쳤다.
“내가 어떤 짓을 하든 용인하겠다면서.”
깊고 검은 눈동자가 소혜를 잡아먹을 듯이 응시했다.
“그래서 나쁜 짓도 많이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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