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날 이용했더군요?”
“……왜 모른 척한 거지?”
“알고 있잖아요. 내가 사랑에 빠진 바보였다는 걸.”
황제의 사촌이자 샤베트 대공가의 고귀한 외동딸, 아넬리.
첫눈에 반한 전쟁 영웅 카를로스과 운명처럼 결혼한다.
나름 행복한 결혼 생활이 영원할 줄 알았다.
“카를과 이혼해 줘요. 아빠 없이 자랄 아이가 가엽지도 않아요?”
카를로스의 첫사랑이 부른 배로 찾아왔을 때,
그녀는 제 사랑이 무가치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별을 결심한 그날.
“카를, 이제 그만 당신을─.”
놓아줄게요, 라고 말 대신
아넬리의 마지막 말을 장식한 건 붉은 피였다.
***
눈을 뜨자 2년 전, 카를로스가 연기를 그만두기 전으로 돌아온 아넬리.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혼을 요구하지만.
“1년 동안만 나와 결혼 생활을 유지해, 그 뒤에 이혼해 주지.”
뜻밖의 조건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의 곁에 머물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당신은 날 사랑하는 척 연기해. 나도 그럴 테니까.”
“무엇을…….”
귀에서 떨어지지 않은 뜨거운 손끝이 미끄러지듯
내려와 작은 귓불을 건드렸다.
“은밀하고, 비밀스럽고, 불결한 이런 짓.”
그러나 이전 생과 다르게 기적처럼 아이가 찾아왔음을 알게 됐을 때,
아넬리는 그에게서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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