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길어도 너무 긴 시간이었다.가끔씩 떠올리던 누군가도 어느새 기억 속에 묻히고도 남을 시간이었고.“윤성연 씨, 맞으시죠? 민세하입니다.”‘애네. 여전히 어리고.’웃기게도 네 살 때의 그 이목구비가 그대로 그 작은 얼굴 안에 오밀조밀하게 들어차 있었다.아마 제 이름을 대지 않았어도 누구인지 대번에 알아봤지 싶을 정도였다.“민세하 씨, 저하고 결혼할 생각 있습니까?”선 자리를 핑계로 그냥 잠깐 만나만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세하의 하얗고 말간 얼굴을 마주했을 때는 조금 망설여졌고, 결혼 생각이 있다는 얘기에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해요, 결혼.”주저없는 대답이 나왔다.분위기도 목소리도 표정도, 그 어떤 것도 프러포즈 같지 않은 물음에.자리에 앉은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결정된, 계약보다는 합의에 가까운 결혼.‘그러니 사랑 같은 감정은 생겨나지 않겠지.’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게 얼마나 오만하고도 어리석은 생각인지 깨닫지 못한 채.<[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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