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출신의 메이드 중에서도 최하급인 하우스 메이드, 데보라 콜먼.
홀로 봄맞이 서재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마주하게 된다.
“주인도 못 알아보는 메이드가 다 있군.”
왕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찬란한 부와 명예를 지닌,
유서 깊은 귀족 가문 체이스터가의 제8대 공작, 레이몬드 폰 체이스터.
단정하지 못한 복장 상태로 그에게 안 좋은 첫인상을 남기게 되고,
이후 두 사람 사이엔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는데.
***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순식간에 얽혀들었다.
긴장감으로 심장이 꽉 조여 오던 그 순간, 그의 입에서 냉랭한 음성이 울렸다.
누가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잔뜩 비틀린 어조였다.
“이쯤 되니, 정말 헷갈려서 말이야.”
“…….”
“이렇게 자꾸 부딪히는 게, 정말 우연인 건지-”
“…….”
“아니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작품인 건지.”
한 마디 한 마디 짓씹듯 말하는 그 서늘한 분위기에 데보라가 마른침을 목 안으로 삼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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