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결혼하러 나왔지, 누굴 입양하려고 나온 게 아닌데.”
조부의 광기와도 같은 증손주 타령, 내심 결혼을 바라는 부모님.
어차피 해야 할 결혼, 얼른 해치우잔 생각으로 맞선에 응했다.
적당한 집안, 적당한 욕심, 적당히 육감적인 몸.
딱 그 정도면 되겠다 싶었건만.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여자를 마주하니 그저 기막혔다.
또래 남자와 밀고 당기며 풋풋한 연애를 배워야 할 나이.
양심을 쿡쿡 찌르는 여자와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대로 맞선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데,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사장님! 차도건 사장님!”
비장한 결의를 담은 눈빛이 도건을 향해 소리쳤다.
“저랑… 저랑 결혼해주세요! 차도건 사장님!”
도건이 사연 많은 갈색 눈동자를 지그시 응시했다.
“그쪽, 제 취향이 아니세요.”
“노력할게요! 저 노력 잘해요!”
“노력이 문제가 아니라….”
여자를 담백하게 거절하던 찰나,
겁도 없이 튀어 오른 입술이 도건의 아랫입술을 꾹 찍었다.
코끝이 닿을 듯한 거리,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이 머물렀다.
얽히는 시선 속, 밀도 높은 열감이 점점 짙어졌다.
“하, 내가 변태 새끼였네.”
실소를 내뱉은 뜨거운 숨이 여자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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