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는 작가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단행본]

악녀는 작가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벗어나고 싶었다.
학창 시절의 누명과 그때의 기억들과, 짜여진 이야기 위에서 놀아나는 것으로부터.
……하지만 나는 그런 작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안 되나 봐.
그것이 나를 목표로 두고 달려오는 자동차를 보며 떠올린 마지막 생각이었다.
***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한참 힘들었을 때 아무렇게나 골라 읽었던 소설이라 그렇다.
아무튼, 제목은 기억나지 않아도 소설 속의 주조연들 정도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설에 나왔던 주인공의 이름이 오르네비아 넬라르였다. 그래, 내 눈 앞에서 노발대발하는 아미테르의 입에서 나온 그 이름 말이다.
아니, 그거야 백 번 양보해서 일단 그렇다 치자. 문제는 내가 ‘레오시네’에게 빙의했다는 거다.
……하필 빙의를 해도 이런 악역이라니. 참으로 내가 겪었던 삶과 비슷했다. 무슨 짓을 해도 누군가가 깔아둔 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건가. 절로 헛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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