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의 끝에 남은 것은 [단행본]

회귀의 끝에 남은 것은

[아직 동이 트지 않아, 어두운 방 안에서 아이는 침대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악몽이라도 꾼 듯, 가쁜 숨을 몰아쉬는 탓에 보라색 머리카락이 들썩거렸다.
‘……또.’
또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듯, 누군가에게 죽어서.
몇 초 전에 찔렸다가 회복된 곳이 불타는 듯 뜨거웠다. 하지만 린나는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었기에, 또한 익숙한 일이었기에 애써 기억을 밀어 넣었다.
숨을 잘게 나눠 뱉자 떨림도 차차 줄어들었다. 열댓 살의 어린아이치고는 퍽 태연한 태도였다.
그러나 린나는 개의치 않고, 어둠이 내려앉은 자신의 방을 아무렇지 않게 거닐었다. 100번을 넘는 삶을 똑같이 반복해오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동요는 우스운 일이었다.
‘이번이, 101번째인가?’
그 생각에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이 뭣 같은 생이 벌써 100번이나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기대조차 없던 신에게 자그만 기대를 품고 또 실망해버린 제가 우스워서.
하지만 린나는 곧 제 상황에 체념했다. 무얼 하든 이 상황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방증으로 제가 또다시 7년을 거슬러 돌아오지 않았나.
이 반복이 100번으로 끝날 줄 알았다. 죽고 살아나길 반복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그리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100번의 삶을 버텼다. 하지만 그 고통스런 100번의 삶 끝에,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녀에게 남은 것이라곤 죽음을 바라는 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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