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는 버려지고 황제는 잊혔다 [독점]

황후는 버려지고 황제는 잊혔다

알도 못 낳는 병든 닭. 날개 잘린 봉황.
궁 안의 모두가 거리낌 없이 황후를 모욕하였으나,
황제는 이를 묵과하고 오히려 비웃었다.
“황후는 손조차도 볼품이 없군.”
-
“폐하. 부디 신첩의 아비에게 의관을 보내 주시옵소서!”
“황후는 짐의 허락 없이 입을 열지 말라는 황명을 어겼다. 뺨 스무 대를 쳐라.”
절박한 황후가 유일하게 가진 건 오직 자신의 목숨뿐이었다.
황후는 아버지의 치료를 청하는 대가로 목을 그었다.
그리고 황제는 절규했다.
“설부영! 누가 네 맘대로 죽어도 된다더냐!”
황후는 울부짖는 황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당신이 우는 거지? 내가 죽으면 기뻐할 줄 알았는데.
-
끝내 죽지 못하고 다시 눈을 뜬 황후는 결심했다.
기억을 잃은 척 황제가 연모하던 과거의 모습을 연기하겠노라고.
“황후, 연기는 이쯤 하도록 하지. 보고 있기엔 역겹군.”
“소인은 황후가 아닙니다! 설익진의 여식 부영이옵니다.”
한없이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당신을 처박으리라.
당신을 잊고 나조차 잊는 한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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