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결혼할래요?”
담장처럼 높고 견고해 보이는 남자, 윤재익.
무심한 태도 뒤에 얼음처럼 단단한 의지를 감춘 그는, 사람의 마음을 거침없이 조종했다.
입으로는 다정한 말을 건넸지만, 눈빛은 서늘하게 빛났다.
“…….”
느닷없는 청혼에 그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온갖 미사여구보다 더 달콤하게 들린 건 그녀가 목말라하는 돈이었다.
“서연호 씨, 돈 필요하잖아요. 그만큼 주겠다는 겁니다. 내 조건이 제대로 이행되면.”
그 뒤로 공식처럼 들러붙는 조건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나는 우리가 좋은 친구가 될 거라고 믿어요.”
“왜, 저예요?”
“서연호 씨만큼 돈이 절박한 사람이 없어서.”
철저하게 그의 이익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조건이었다.
“내 결혼인데, 회장님이 언짢아한다고 마음에 없는 상대와 결혼해야 하나.”
“그 말은, 저는 마음에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녀의 삶에 족쇄가 채워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뿐이다.
이 시간이 지나고 방문이 닫히면 윤재익은 다시는 이 방문을 열지 않을 것을 알기에 연호는 덥석 그의 손을 잡았다.
사랑, 그 하찮은 감정에 놀아날 일은 절대로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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