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우가 죽었다.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목소리를 가진 나의 또 다른 ‘나’.
나는 쌍둥이 언니의 죽음에 의문을 품게 되고,
복수를 위해 은우가 되어 그녀의 약혼자와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
“잘해요?”
내게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업무 전화만 해 대는 남자에게 내뱉은 첫 마디.
“그거, 잘하냐고요.”
저급한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조태서의 발목을 붙잡아야 했다.
“한 번에 임신시킬 수 있겠어요?”
그러니 나는 모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으나,
내 시선만은 잡아 두지 못할 이 남자를 이용할 거다.
“남자는 된다면서요. 마음에도 없는 여자 안는 거.”
조태서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던 여자의 맹랑한 말에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집요한 눈으로 그녀를 뜯어보았다.
“출장 다녀온 사이에 골 때리게 변했네. 정은우.”
그는 팔짱을 끼며 커다란 몸을 의자 뒤로 편히 기댔다.
그렇지 않아도 큰 몸이 더 거대하게 느껴졌다.
“재밌네.”
조태서는 처음 이 자리에 나타났을 때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숨만 쉬는 인형인 줄 알았는데 말을 꽤 잘하네.”
무례한 말이 오히려 그의 흥미를 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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