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 첫 번째 이름[단행본]

가슴속 첫 번째 이름

서은호가 한새봄을 떠난 지 6년째 되던 해.
어떤 장애물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듯 그녀는 한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심장이 저리고 숨이 가빠오는 순간조차도 새봄의 목표는 오로지 저 멀리 끝없이 펼쳐진 길의 끝에 있었다.
밀물이 몰려오면 바다는 해변의 모든 흔적을 감싸 안는다. 남겨진 발자국은 물결 속에서 희미해지며, 조개껍데기는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소리 없이 품고는 썰물과 함께 빠져나간다. 바다는 모든 것을 씻어내고 오직 깨끗한 모래사장만을 남긴다. 
그날 새봄은 유독 그곳에 오래 머물렀다. 시간이 훌쩍 지나 어둠이 짙게 깔려 이제는 정말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꼈지만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여기의 바다는 느껴본 적도 없는 모친의 따뜻한 품 같기도 하고, 자신에게 상처를 준 부친이라는 존재에게 벌을 주는 신 같기도 했다.
그런 신이라면…… 어쩌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까.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나지막이 속삭였다.
“정말로…… 깊은 곳에서 슬픔을 삼키고 있어요?”
새봄은 먼바다를 향해, 그리고 끝없는 하늘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꼭 듣고 싶었던 그 대답이 수평선 너머로부터 들려올 것만 같아서.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질 메아리를 기대하며 눈을 감고 바람을 느꼈다.
“한새봄.”
하도 대답이 들려오길 바라서일까, 정말인지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음성이 귀에 부딪혔다.
파도 소리보다도 더 아프고, 빗소리보다도 더 절절한.
하아, 이곳에 너무 오래 있었나. 새봄은 눈을 감았다 뜨며 뿌연 시야를 닦았다.
“새봄아.”
다시 밀려온 울림에 새봄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이번에는 절대로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며 의지를 거스르듯 움직였다. 힘겹게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짙게 드리워진 안개 속에서 6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서은호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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