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죄는 존재 자체야, 황후. 천애 고아 출신이라 가진 게 없으면 여자로서 교태라도 잘 타고났어야지.”다 죽어 가던 남편의 철천지원수를 내 손으로 살렸다.다른 이유는 없었다.황제이자 남편이었던 그가 먼저 날 버렸기 때문이다.내 절친을 끼고돌던 그는 결국 내게서 황후라는 자리까지 빼앗아 그 애에게 선물했다.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 비극의 결말은 바뀐 적이 없었다.“죽지 마. 당신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이번 생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 절망했던 어느 날.검은 복수귀가 거래를 청해 왔다.북부 노르덴 왕국에서 볼모로 온 버려진 1왕자, 지크프리트였다.“그러니 나와 함께 가자, 황후. 그럼 소원대로 당신이 버리고 싶어 하는 그 삶, 내가 가져가 줄 테니까.”저를 칼처럼 쓰고 휘두르라며, 기꺼이 내 손에 자신을 쥐여 준 사내가 으르렁댔다.내 복수의 끝마저 외롭게 두지 않겠다고 유혹하면서.“나와 각인해. 당신을 뺏어 올 수 있게.”“그렇게 해 줄게.”그래서 결심했다.“어떻게 당신이 내가 아닌 다른 남자를 선택할 수 있어?”뒤늦게 후회하는 남편에게도,“제발 한 번만 용서해 줘. 우린 친구였잖아. 응?”이제 와 울고불고 비는 절친에게도,다시는 자비 같은 건 베풀지 않을 거라고.이 죄로 천만번을 다시 회귀하는 저주에 걸린다 해도,기꺼이 그 천만번을 돌아와 너희 심장에 칼을 꽂는 악녀가 되겠노라고.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