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게 있으면 똑바로 말해. 먹히지도 않는 여자 흉내 내면서 사람 떠보지 말고.”
“원하는 게 있대도 들어줄 마음 없잖아요.”
진하는 눈앞에 둔 여자를 마주하면서 작고 왜소했던 아이를 상기했다.
유독 하얘진 피부, 빨긋한 입술.
눈물을 한바가지 쏟아내며 엄마처럼 살기 싫다던,
한때 물렁물렁했던 아이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다.
전에는 본 적 없던 풍경이 차례로 눈에 밟혔다.
매년 여름 휴가 때에만 보아왔던 풍성한 장미는 꽃잎을 몇 장 남기지 않은 채로 낙화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습습하기만 했던 바람의 냄새가, 바뀌어버린 계절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었던 추억 속 여자아이가.
변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강산이 달라졌듯이 모든 것이 변했다.
그리고 뒤늦게 한 가지 더 알게 된 사실은,
자신 역시 변해버린 여자에게 이용당하는 머저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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