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진 않네요. 서프라이즈 치곤.”
미려한 낯으로 희연을 내려다보는 남자의 표정이 서늘했다.
아무도 없는 빈집에 물건만 놓고 와 달라는 VVIP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었다.
그곳에서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자와 마주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얼마 받았습니까?”
하필이면, 그녀의 생일에 평소답지 않게 차려입은 제 모습이 독이 될 줄은 몰랐다.
“……오,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잘하셨습니다. 보수는 그러라고 주는 겁니다.”
길게 휘어진 붉은 입술, 살짝 접힌 눈꼬리.
이곳이 아니었다면 감탄했을 그의 웃음에, 심장 한편이 오싹하게 조여들었다.
성운 그룹 우태경 전무.
이 남자와 두 번 다시 얽힐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 건 그녀의 가장 큰 실수였다.
***
“내가 말했나? 나 서희연 씨가 마음에 든다고.”
꼿꼿하게 굳어 미동조차 하지 못하는 희연에게 태경이 밀착하듯 다가왔다.
금방이라도 그가 덮칠 것 같아 불안하고 두려웠다. 어젯밤의 설렘은 온데간데없었다.
“재밌기도 하고.”
또 습관처럼 입술을 감쳐문 희연을 본 태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좁혔다.
그러곤 이번에는 엄지를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궁금하기도 하고.”
부푼 입술을 더듬는 태경의 손길이 조금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보고 있으면 흥미로워서요.”
기르는 반려견이나 장난감을 두고 하는 말처럼 그의 말은 오만했다.
“무엇보다 어제,”
태경이 그녀에게 바짝 다가왔다.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질 만큼 가까이.
“난 좋았거든요.”
은밀한 태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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