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푼이 공녀 10년째, 이레나는 드디어 죽은 ‘척’하는 약을 만들었다.
마시고 죽자, 죽은 척하고 몰래 살아나 자유를 찾아 떠나자 그렇게 다짐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궁금합니까?”
고개를 끄덕이자 약혼자가 그녀를 따라 머리를 기울였다.
입꼬리를 바짝 말아 올리고, 나른하게 내려 뜬 붉은 눈동자에 오만한 만족감이 몸을 불렸다.
이윽고 몸을 숙인 남자가 이레나의 귀에 입술을 붙였다.
“그야 질척이고, 진하고, 짙은 그런 관계지.”
그럴 리가.
4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건데…… 대체 언제?
그는 이레나도 모르는 그녀의 습관을 속속들이 알고 있고,
한 적도 없는 말들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지를 않나.
“방금 내 욕했나?”
“어, 네? 아뇨.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했는데. 머릿속에 이상한 생각밖에 없는 음흉한 변태 새끼라고.”
심지어 머릿속까지 읽어 낸다.
이레나는 욕을 삼켜서 대답을 대신했다.
피식 웃은 남자가 천천히 이레나의 입가를 문질렀다.
“난 했어. 음흉하고 변태같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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