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군.’, 그게 주원이 본 서연의 첫인상이었다.
당연했다.
차움 그룹 본부장, 차주원. 부와 명예는 물론 잘생긴 얼굴까지 갖춘 남자.
서연과는 너무나도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모친의 필라테스 강사로 만난 여자는 생각보다 더 수준 이하였다.
사업 자금으로 딸을 팔아먹으려는 친부, 천박하게 매달리는 여동생,
친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거기에 백화점 싸구려 매대나 전전하는 여자.
그게 유서연이었으니까.
그런데도 이상하게 신경 쓰이던 여자.
등을 곧게 세워 천박한 티가 묻어나지 않는 자세와 조곤조곤한 말투,
분주함 없는 나긋한 몸짓에는 주원도 이상하게 시선이 갔다.
‘사람까지 싸구려는 아니고.’
그는 곧 서연에 대한 첫인상을 정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 제정신이라면 하지 않을 짓을 하고 있었다. …유서연만 얽히면.
***
무슨 짓을 해도 꼿꼿하게 구는 여자를 어떻게든 흔들어 놓고 싶었다.
처음엔 호기심, 그다음은 관심, 나중엔 반쯤 오기였다.
“생각보다 남자 보는 눈이 형편없네.”
아버지뻘 남자와의 맞선 자리에 끌려온 그녀를 우연히 구해 줬을 때,
차라리 발끈해서 제게 해명하는 얼굴이 보고 싶었던지도 모르겠다.
“외로워서 누구 품이라도 그리워지고, 뭐 그런 건가?”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런 거면 방금 그런 아저씨보단 내가 낫지 않나.”
“늘… 이런 식이세요?”
내내 나직하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렸고 연갈색 눈동자가 모멸감으로 일렁였다.
“죄송하지만 더는 얼굴 뵐 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떠난 여자가, 불과 몇 시간 뒤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의 호텔방으로 찾아왔을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눈앞의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었다.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너라는 바람에 흔들린 건 저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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