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결혼할 여자를 마주한 순간,
이원은 그녀의 앞에서 제가 평생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을 알았다.
오랜 짝사랑을 끝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순간이었다.
***
“평생.”
남자가 사납게 잇새로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이원아, 나는 네 평생을 샀어.”
그대로 비스듬히 시선을 내린 남자가 이원의 손에 걸린 봉투를 빼냈다. 남자가 그 얇은 두께를 비웃듯이 봉투 겉면을 느릿하게 문지르며 말했다.
“그리고 이깟 푼돈으론 날 못 사지.”
그는 이어 용돈이라도 쥐여 주는 것처럼 그것을 그녀의 상의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러고는 커다란 손으로 이원의 가슴께를 툭툭 치며 말했다
“누구 주거나 돌려줄 생각 말고 넣어 둬. 혹시 아나, 죽는 날까지 열심히 모으면 그 뒤엔 놔줄지.”
그러니까 죽기 전까지 벗어날 생각은 말란 소리다. 이원은 그의 거만한 낯짝을 노려보며 손등으로 입가를 닦아 냈다.
“개새끼.”
“그 개새끼 돈 받아먹기로 결정할 땐 신중했어야지, 너 이젠 못 물러.”
남자가 사납게 웃으며 이원의 팔을 옆으로 치워 냈다.
또다시 입술이 삼켜졌다. 달아나지 못하도록 목덜미를 옭아맨 손이 소름 끼치도록 단단했다. 비현실적인 감각에 눈을 감았다 뜨자 그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의 아래에 놓여 있었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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