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된 놀이일 뿐 [독점]

속된 놀이일 뿐

“내 약혼녀와 같은 또래라고 해서, 너까지 뭐라도 된 것 같나?”
“저, 저는 그저.”
“막 친한 사이처럼 느껴져?”
붙임성 없는 계집아이. 일머리 부족한 식충이.
그녀의 한심한 처지를 레나토는 무척이나 즐겼다.
“이따가 들러. 자정쯤 해서.”
“무리예요. 제발, 레나토 님.”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들키면 너만 손해일걸.”
처음부터 리사는 한낱 놀잇감이었다.
허술한 등딱지를 두른 벌레 같은 그녀가 귀여운 약혼녀보다 훨씬 자극적일 테니.
말초적인 유희로 소모하기에 제격이었다.
그가 원하는 한 구질구질한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늪은 깊어만 갔다.
주인댁을 떠나와도, 빗자루가 아닌 붓을 손에 들어도. 한결같이 비루한 처지였다.
리사 앞에는 외길뿐이었다. 나락으로 향하는 길 하나뿐.
결혼을 앞둔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어찌 구원을 바랄까.
예술가와 후원자.
정확히는 스폰서 사이.
어느새 리사는 그에게 있어 정부나 다름없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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