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고 싶은 선물이 있으면 말해. 헤어지자는 소리만 빼고 다 들어줄 테니까."
아이를 잃고 난 뒤 맞은 재희의 생일.
거듭되는 이혼 요구에 질린다는 듯 유권은 미간을 구겼다.
"시간을 되돌려 줘요."
재희는 초음파 사진을 만지작거렸다.
"우리가 몰랐던 날로 돌아가고 싶어요."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에 쓸쓸한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당신이 날 다 잊어 줬으면 좋겠어. 내 이름도, 얼굴도, 함께했던 시간도 다."
* * *
아내는 죽었고, 그녀에 대한 기억은 도려낸 듯 사라졌다.
구재희, 차유권의 아내.
낯설기만 한 아내의 흔적을 되짚는 그에게 어느 날 나타난 여자.
“……김지안입니다.”
처음 봤는데 왜 이렇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걸까.
“우리, 만난 적이 있습니까?”
“아뇨. 처음이에요.”
단언하는 여자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리고.
유권은 확신했다.
처음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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